과시욕을 자극하는 광고 - 2009 그랜저 뉴 럭셔리 광고이야기



1. 광고의 배경과 사물

• 시간대는 밤, 공간적 배경은 커다란 쇼핑센터 앞이다.
• 새까만 차, 그랜저가 길가에 세워져 있다.
• 주변에 많은 사람과 차가 지나다니지만 구체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 이윽고 두 남자가 흐릿한 영상에서 점차 선명하게 나타난다.

 2. 광고의 인물설정과 광고카피

• 두 남자는 각각 검은색양복과 회색양복을 입고 있다.
• 두 남자는 마주보며 인사를 나눈다.
• Copy 1 :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
• 회색양복을 입은 친구가 그랜저를 슬쩍 쳐다보고 표정이 굳는다.
• 그랜저의 측면, 전면과 후면을 차례로 보여준다.
• Copy 2 : ‘6단 자동 변속기. 럭셔리, 부드러움을 더하다.’
• 차에 승차한 남자가 운전대를 잡고 핸들을 두 번 부드럽게 두드린다.
• 그랜저를 몰고 부드럽고 쇼핑센터 옆 도로의 커브를 따라 나간다.
• Copy 3 : ‘당신의 오늘을 말해줍니다.’
• Copy 4 : ‘GRANDEUR. 2009 New Luxury.'


 Ⅰ. 기표 분석하여 기의 찾기

 1. 시간적, 공간적 배경의 의미

   시간대는 밤이다. 공간적 배경은 커다란 명품 쇼핑센터 앞이다. 쇼핑센터 앞에 큰 도로가 있고 차가 많이 지나다니는 것으로 보아 번화가다. 도시의 중심부임을 뜻한다. 도로는 촉촉하게 젖어 있다. 밤이지만 쇼핑센터 건물의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고 그랜저가 조명을 반사하여 반짝 빛이 난다. 도로도 젖어 있기 때문에 조명을 반사하여 환하게 빛이 난다. 밤이지만 도로를 촉촉하게 해 놓았기 때문에 전혀 어둡고 침침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바쁜 도시의 모습을 잘 표현하면서도 럭셔리한 그랜저의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환한 배경을 선택했다. 다른 차들의 광고를 보면 주로 환하고 맑은 낮에 자연을 배경으로 하거나 도로를 질주하는 모습의 영상을 많이 보여준다. 낮과 자연이라는 배경은 차를 타고 여행이나 휴가를 나온 상황임을 암시한다. 즉, 이때의 차는 편안하고 안락한 이미지, 여유롭고 즐거운 생활을 어필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그랜저 광고는 배경이 특이하다. 왜 밤이라는 시간대를, 왜 쇼핑센터 앞에 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좀 더 광고를 해석해 보자.

 2. 도로변의 그랜저와 연이어 등장하는 두 남자

   도로변에 그랜저가 서 있다. 현실이라면 불법주차에 해당할 것이다. 만일 쇼핑센터에 온 것이라면 당연히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보는 이들은 그랜저를 타고 온 주인이 아마 쇼핑센터에 온 것일 거라는 간접적인 판단을 내린다. 이 때, 도로변에 세워진 그랜저는 일종의 상징(symbol)이다. 도로변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 만으로는 ‘부’와 ‘높은 신분’, ‘성공’등과 전혀 연관이 없지만 쇼핑센터 건물이 배경에 등장하면서 일종의 자의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랜저를 모는 주인의 신분이 보는 이의 시각으로 말미암아 상승하고 그랜저에 대한 평가도 함께 높아진다. 지나가는 차들이 많지만 보이지 않는다. 오직 새까만 그랜저만이 도로변에서 빛나고 있을 뿐이다. 사물을 부각시키는 효과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안 보인다. 흐릿하게 두 명의 남자가 걷는 것이 보일 뿐이다. 그러다가 두 남자가 선명해 지고 한 남자가 돌아 서면서 두 인물의 관계가 명확해 진다. 정확히 말하면, 회색양복을 입은 사람이 검은색양복을 입은 사람과 검은 차를 홀로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다.

 3.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의 설정

   회색양복을 입은 사람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등장한다. 검은색 양복은 권위를 상징한다. 다른 색의 양복보다 더 높은 계급과 권위를 가지고 있음을 상징(symbol)한다. 게다가 약간의 광택까지 들어간 양복이다. 반면 회색양복을 입은 사람은 광택 없는 수수한 양복을 입고 있고 한 손에는 짙은 갈색의 가벼워 보이고 오래된 듯한 서류가방을 들고 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다가 회색양복을 입은 사람이 ‘먼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을 부르자,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이 돌아보며 인사를 하는 설정이다. 인사하는 모습도 뭔가 다르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주머니에 악수하지 않는 다른 한 쪽 손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회색 양복을 입은 사람은 서류가방을 흔들대며 먼저 머리 숙여 인사를 한다. 광고 카피에는 친구라는 설정으로 나오지만 두 사람의 인사모습은 각자의 신분을 나타낸다. 또 다른 상징(symbol)인 것이다. 그리고 회색양복을 입은 사람은 차가 없다. 서류가방을 들고 가는 것이 아마도 일을 끝마치고 퇴근을 하는 모양이다. 시간대가 밤이고 차가 많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아 좀 더 오래 근무하고 돌아가는 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은 번듯이 차가 있을 뿐더러 커다란 쇼핑센터 앞에 세워져 있다. 이 사람은 이미 일찍 일을 마치고 쇼핑이라는 여가를 즐기다가 집에 돌아가기 위해 차를 타러 온 것이다. 조금 뒤의 영상에는 좌석에 앉아서 핸들에 올린 손의 손목에 명품 시계가 채워져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아마 이 시계를 사러 온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은 명품 시계를 찰 수 있는 능력이 된다. 그것이 중요하다. 이제 밤과 쇼핑센터라는 배경이 왜 설정되었는지 명확해 졌다. 첫째로,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도시의 느낌을 살린 것이고 둘째로, 배경을 통해 드러난 두 남자의 전혀 다른 현실의 모습을 부각하여 대조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배경의 설정이 두 남자의 퇴근과 쇼핑이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보여주고 그 차이를 그랜저라는 특정한 대상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랜저는 곧 지표(index)다. 그랜저 자체가 ‘부’와 유사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싼 차인 그랜저는 돈이 있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에 돈이 많다는 사실과의 인과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4. 두 인물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신분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검은색양복을 입은 사람은 그랜저의 도어락을 리모컨으로 푼다. 그랜저로 답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이지만 그다지 반가워하는 태도가 아니다. 도어락을 푼 것은 이제 곧 차를 타고 갈 것이라는 표시다. 대화를 계속 하고 싶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랜저를 보여줌으로써 너와의 대화는 끝났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서로 계급과 신분이 다른 사람은 평등하게 대화를 오래 나눌 필요가 없다. 특히 사회에서는 업무를 중심으로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윗사람이 아랫사람과 대화를 나눌 기회라고는 일 처리를 보고 받고 그 내용에 관해 답변을 해 주는 것뿐이다.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답했다는 광고카피는 두 친구의 신분의 차이를 극명하게 나누어 보여주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라는 환경에서 두 사람의 관계성이 어떻게 드러나는 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회색 양복을 입은 사람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의 대답을 듣고 차를 슬쩍 쳐다보며 표정이 굳는다. 두 사람의 신분의 차이를 깨닫게 되는 순간의 표정이다.

 5. 그랜저의 상품 홍보 장면

   그랜저의 이쪽저쪽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순간순간 보여준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멋진 그랜저를 슬쩍 쳐다보듯 우리는 잠깐 잠깐 스쳐지나가는 영상에 눈을 집중하고 쳐다보게 된다. 그리고 광고효과가 나타난다. 그랜저가 멋있고 럭셔리해 보이는 것이다. 그랜저는 6단 자동 변속기를 갖고 있고 럭셔리함에 부드러움을 더했다는 광고카피가 나온다. 첫 번째 카피는 사물의 성능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단순한 사실 그 자체를 전달하며 실재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두 번째 카피는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이다. 부드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 양복을 입은 그랜저의 주인이 핸들을 부드러운 손으로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며 톡톡 친다. 그리고 곡선으로 되어있는 쇼핑센터의 옆 도로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운전해 간다. 검은 양복과 그랜저의 부드러운 움직임은 신뢰성에 기인한 data로 권위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다. 성공한 지위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검은색 양복을 입은 그랜저의 주인은 매력이 있는 사람이다. 우리들이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매력적인 인간상은 광고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신력을 갖도록 한다. 그랜저가 보내는 메시지를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6. 광고 속에 숨겨진 심층적 의미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광고를 통해 드러나는 기표를 통해 그 속에 숨겨진 기의를 찾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광고는 1차적인 해석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표층적 해석만으로는 Sender가 원하는 선호된 해독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좀 더 심층적인 해석을 해 보자.
   세상은 평등할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 광고는 동창이었다가 오랜만에 만난 두 남자의 조우를 보여준다. ‘동창’은 두 사람이 어린 시절을 함께 했음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에는 서로 자랑할 것이 많다. 자랑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타내려고 하는 시기다. 그리고 자랑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도구나 사실들이 존재한다. 어릴 때는 우리 집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우리 아빠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외국에 가서 무엇을 사왔는지 등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자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획득하기도 한다. 자랑하고 싶은 어린 시절의 감정은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린 시절과 달리 커서는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것을 대 놓고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남들에게 말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그랜저로 대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랜저는 내가 자랑하고 싶은 나의 가치를 표현하는 가장 구체적이고 적절한 도구다. 내가 성공한 삶을 살고 있고 그랜저를 살 능력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든 보여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설사 많은 돈을 대출받아서 겨우 그랜저를 장만하는 형편이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오랜만에 만났고 다시 볼 일 없는 친구에게 최대한 잘 보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이기적인 심리다. 이미 성공하여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랜저 광고는 바로 그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하여 구매하도록 설득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경제가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Luxury'라는 이미지가 더욱 인기를 끌기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제가 어렵고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 오히려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다들 여유로운 생활을 할 때는 너나할 것 없이 명품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성공한 사람이며 부유하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오면 정말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이 가사활동 이외의 소비를 마음껏 할 수 있으므로 억눌린 욕구가 발동하여 명품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백화점에서 오히려 명품 홍보전을 펼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랜저도 마찬가지다. 다들 어려운 시기, 나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부각시켜 보이는 것은 다른 때보다도 더욱 매력적인 유혹이다. 다른 말로 하면 동기적 주장이다. 소비자의 신념과 열망을 자극하고 이를 이용하여 설득하는 것이다. 
   그랜저 광고에서는 그랜저라는 차(기표)가 럭셔리와 부(기의)라는 이미지와 합쳐져서 1차 기호작용을 하고, 다시 럭셔리를 상징하는 그랜저(기표)가 성공과 높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기의)와 연결되어 2차 기호작용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그랜저는 럭셔리함과 부의 상징인 차인데, 이 그랜저를 갖고 있으면 내가 성공한 사람이며 사회적,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를 갖고 있는 사람임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그랜저를 구입하라.’는 것이 그랜저 광고의 핵심 메시지이다.



  Ⅱ. 대항적 읽기

   그러나 그랜저 광고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랜저가 사람의 기본적인 욕심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또 그것을 이용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도 광고를 접하는 소비자이므로 인간의 이기적인 욕구를 이용하여 그랜저를 사도록 부추기는 것은 참을 수 없는 행위일 수 있다. 따라서 오히려 그랜저 광고를 보고 그랜저에 대한 적대감을 가진 사람도 많을 것이다. 혹시나 그랜저를 사면 자랑하고 싶어서 산 사람처럼 보일까봐 사고 싶지 않을 뿐더러 그랜저를 몰고 다니는 사람을 속물적인 인간들로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랜저에 대한 대항적인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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