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이 아니라 성폭행이다. 한그루의 단상

    한 시간에 한 건씩 발생하고 있고 최소한 이틀에 한 번은 기사화되고 있는 강간은 이미 우리에게는 친숙한 용어가 되었다. 떠올리기조차 싫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주 입에 담게 되는 말이다. 그러나 강간이라는 단어는 사실 함부로 사용하기에는 문제점이 많다. 특히 강간범죄의 피해자와 일반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강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강간과 강간미수를 구별하기 힘들어서 사실과는 다른 해석을 하게 될 수 있다. 기사를 하나 가져와 보자. [월포해수욕장서 강간치상 10대 구속영장] 한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려다 실패하였고 다만 폭행과정에서 상처만 입힌 경우다. 이러한 경우를 강간하려다 실패하였다 하여 강간미수라고 한다. 그러나 형법은 죄의 명칭에 기수와 미수 여부를 따로 구분하여 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간미수라도 일단은 강간치상이라는 죄목이 붙는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은 강간을 당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남성은 강간치상으로 기소가 되고 여성은 강간당하지 않았음에도 강간피해자가 된다. 강간치상이라는 죄목은 강간을 통해 여성의 생식기에 손상을 가한 경우에도 사용한다. 같은 죄목이지만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강간이라는 말을 들으면 으레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문제는 이 같은 강간에 대한 불분명한 구분이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A씨가 3명의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구속되었다고 말하면 3명의 여성 전부는 실제로 강간을 당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강간 피해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관계에 오해가 없으려면 강간과 강간 미수를 아우르는 개념인 성폭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

   강간이라는 용어 자체도 실은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 강간은 강제 간음의 준말인데 간음이라는 말은 삽입에 의한 성교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바꿔 말하면 ‘성관계’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강제로 성관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남성이 지나가는 여성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갔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여성은 강제로 등을 긁힌 것일까? 아니면 어깨를 안마해주었다고 상상해보자. 강제로 안마를 당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것은 단순히 성추행이라는 성폭력을 당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모르는 남성에게 성기를 삽입당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결코 성관계라고 할 수 없다. 그건 엄연한 폭행이고 가장 추악한 폭력을 당하는 것이다. 강제로 성관계를 한다는 표현은 마치 남자가 여자를 힘으로 억눌러 자신과 함께 섹스를 하게끔 만든다는 소리로 들릴 수 있다. 여성을 아주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객체로 인식하는 남성 중심적인 생각이다. 우리나라 형법상 성폭행의 죄명을 강간으로 정의하고는 있지만 가급적 성폭행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용어사용법이다.

   그렇다면 강간이라는 용어는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우선 죄목을 언급하는 경우에는 형법상의 용어 사용 방법에 따라 성폭행 보다 강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법적 절차상 정확한 죄목을 달아주어야만 범죄를 규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도강간 혐의를 성폭행 혐의라고 바꾸어 말한다면 범죄의 구체적인 내용을 가리게 된다. 데이트 강간이라는 말은 오히려 단어를 정확하게 사용한 경우다. ‘강요에 의해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섹스를 하는 것.’이므로 강제간음이라는 말에 가장 어울린다. 물론 연인관계라도 폭행과 협박을 통해 억지로 한 경우는 성폭행이다. 반면 부부강간이라는 말은 조금 잘못된 용어사용이다. ‘간음’이란 비혼인관계인 남녀가 맺은 성관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표현할 수 있는 용어도 없고 무엇보다 부부간의 성폭행은 처벌규정이 명확히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문제가 많다.

   단순히 이 용어를 사용하느냐 저 표현을 사용하느냐의 문제는 별로 중요치 않아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언어의 기능중 하나가 인간의 사고를 이끄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정확한 용어 사용하기’가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요즘 대부분의 신문기사와 뉴스에서는 강간보다는 성폭행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강간이라는 말의 어감 자체가 좋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언론이 용어 사용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인들에게도 성폭력범죄에 있어서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관련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강간을 당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피해 여성들에게 그것은 일방적인 폭력을 당한 것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에서.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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